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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Cine

[Cine/영화]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

by 앙리네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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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헤드윅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

[개봉일] (한국) 2002년 8월 9일 개봉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존 카메론 미첼, 미리암 쇼어, 마이클 피트 등

 


 소개하는 글 마저 써 내려가기 두려운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제게 너무 소중해서이기도 하고 또는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 없음이 앞설 땐 키보드 위에서 손이 얼어버립니다. 영화 [헤드윅]은 전자, 후자 모두 해당합니다. 

 

 쫓아다니던 인디밴드 라이브의 단골 앙코르 곡으로 헤드윅의 OST [Angry Inch]를 처음 듣고(가슴이 웅장 해지는 이 엄청난 곡은 뭐지) 그 충격에 영화, 뮤지컬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제 인생작이 되어있던 [헤드윅].

당시 주제를 소화하기엔 인생 경험이 얕기도 했거니와 화려한 비주얼에 현혹당해 영화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력이 없었는데 지금 와 다시 보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로 이를 뛰어넘을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제에 대한 깊이가 상당합니다.  

 

The Origin Of Love

헤드윅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입니다. 

영화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한 장면을 택하라면 저는 무조건 이 영상입니다  [The Origin Of Love]

 

출처 : Youtube, The Origin Of Love - Hedwig And The Angry Inch, Pulsegod1985

 

 플라톤의 [향연] 중 인류의 기원, 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과 헤드윅의 공연 장면을 교차 편집한 이 영상은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에로스를 찬미하는 연설 중 아리스토파네스 연설을 잘 설명해줍니다.

 

[원래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완전한 존재였던 인간은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세 부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완전함에 사랑을 알지 못했고 스스로 교만해진 인간. 이에 분노한 신은 번개를 내리쳐 그들을 둘로 쪼개 나누었다.
반으로 갈라진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들은 다시 완전해지기 위해 에로스를 추구하며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맨다.]

 

 비행기에서 만난 영화의 창작자인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OST 작곡, 작사가인 스티븐 트래스크에게 해준 이 이야기에 트래스크는 매료되었고 이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미첼 감독의 부탁에 트래스크는 영화의 메인 주제곡인 이 곡 [The Origin Of Love]를 작곡, 작사합니다. 

 

이 곡 보다 사실 영상을 먼저 접했는데 드라마 [소울메이트]에서 수경이 음반가게 티브이를 통해 보는 장면에 드라마 극 중 내용과 이어지는 내레이션으로 드라마에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불완전함은 견뎌지는 것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과 그의 남편 드랙퀸 '이츠학', 그리고 밴드 '앵그리인치',

불완전한 그들이 '완전'해 지고자 하는 여정 끝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내가 태초에 잃어버린 '반쪽'인 지, 아님 우리가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 였는지, 영화는 헤드윅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질문합니다.

 

 헤드윅, 그녀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은 듣는 입장(영화를 보는 시청자는 그녀의 관객이기도)에서도 편할 리 없습니다.
듣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찌뿌둥하고 불편합니다. (뭐 대부분 그저 그건 낫 마이비즈니스, 아돈케어. 할 수 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공연을 통해 헤드윅은 본인의 오랜 고통, 상처뿐만이 아니라 관객인 '내'가 숨겨왔던 , 치장해왔던 것들도 다 드러나 버리게 하고 결국엔 모두가 인간으로서 불완전한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플라톤의 향연에 따르면) 헤드윅 역시 인간의 숙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데 그녀는 태어남과 동시에 현재까지 그 과정에서 수 없는 갈망과 좌절을 반복해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화려함에 스스로를 숨기고 그 속에 고립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완전하기 위해 반쪽을 찾아 사랑을 갈구했지만, 반쪽이라 믿었던 그가 떠나면 '나'는 오히려 더 너덜너덜해지고 마는 반복이 계속되며 결국 이 불완전한 자신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그 확신할 수 없는 깨달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았을 것입니다. 

 

불완전함은 완전해질 수 없고 그저 견뎌지는 것이 아닐까요.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감독이자 오리지널 캐스트로 극 중 헤드윅 역할을 소화합니다.

내한 공연도 했었는데 노란 머리의 가채에 한복을 입고 공연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헤드윅 뮤지컬은 국내에서 매년 엄청난 배우들이 열연한 만큼 인기 뮤지컬입니다.

저는 수년 전에 보고 한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 기회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배우의 헤드윅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헤드윅을 알게 된 분들, 그리고 쭈욱 그녀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 모두,

올해는 꼭 헤드윅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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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을 보고 너무 좋아 감독의 2006년 작 [숏버스]를 기대에 차 봤는데 트라우마 생겼습니다. 당시엔 소화할 수 없었던 파격이랄까요.  수십 번 다시 본 헤드윅과는 달리 다시 볼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긴 합니다만, 같은 감독의 이런 작품도 있습니다...로 [숏버스] 우선은 짧게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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